어떤 경우가 ‘위반’인가
상법은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가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중요한 사항을 알리지 않거나 사실과 다르게 알린 경우를 고지의무 위반으로 봅니다(제651조). 그리고 보험회사가 서면으로 질문한 사항은 중요한 사항으로 추정합니다(제651조의2). 청약서 질문표에 사실과 다르게 답했다면 위반으로 다뤄질 가능성이 높다는 뜻입니다.
‘고의’만이 아니라 ‘중대한 과실’도 포함된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숨기려는 의도가 없었더라도, 조금만 확인했으면 알 수 있었던 사실을 빠뜨렸다면 위반이 될 수 있습니다. “기억이 안 났다”가 항상 통하지는 않는 이유입니다.
위반하면 생기는 일
- 계약 해지 또는 보장 제한. 보험회사는 계약을 해지하거나 보장을 제한할 수 있습니다.
- 보험금 부지급. 이미 사고가 난 뒤에 위반이 드러나도 계약을 해지할 수 있고, 이 경우 보험회사는 보험금을 지급할 책임이 없으며 이미 지급한 보험금의 반환도 청구할 수 있습니다(상법 제655조).
- 낸 보험료를 그대로 돌려받지 못함. 해지되면 그동안 낸 보험료가 아니라 해지환급금(해약환급금)을 돌려받습니다. 가입 기간이 짧거나 환급금이 적은 상품이면 돌려받는 금액이 매우 적을 수 있습니다.
- 다시 가입하기 어려움. 그 사이 나이가 들고 병력이 늘어, 같은 조건으로 새로 가입하기 어려워집니다.
보험회사가 해지할 수 없는 경우
위반이 있었다고 해서 보험회사가 언제까지나 해지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상법과 표준약관은 해지권에 기간 제한을 둡니다.
표준약관을 기준으로 보험회사가 해지하거나 보장을 제한할 수 없는 경우는 다음과 같습니다.
- 보험회사가 계약 당시 그 사실을 알았거나 과실로 알지 못한 경우
- 보험회사가 위반 사실을 안 날부터 1개월이 지난 경우
- 보장개시일부터 보험금 지급사유 없이 2년이 지난 경우(건강진단을 받고 가입한 계약의 질병은 1년)
- 계약을 맺은 날부터 3년이 지난 경우
- 설계사 등이 알릴 기회를 주지 않았거나, 사실대로 알리는 것을 방해했거나, 사실과 다르게 알리도록 권유한 경우
알리지 않은 병과 사고가 무관하다면
상법 제655조는 예외를 하나 둡니다. 알리지 않은 사실이 보험사고 발생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점이 증명되면, 보험회사는 보험금 지급을 거절할 수 없습니다. 예를 들어 위염 치료 이력을 알리지 않았는데 교통사고로 골절을 입은 경우가 그렇습니다.
금융감독원이 소개한 사례도 있습니다. 고지혈증·위염으로 30일 이상 투약한 사실을 알리지 않은 가입자가 척추협착으로 수술을 받은 경우, 둘 사이에 관계가 없어 보험금은 지급됐습니다. 다만 위반 자체는 인정되어 계약은 해지됐습니다. 보험금을 받더라도 계약까지 지켜지는 것은 아닙니다.
이 예외에 기대기도 어렵습니다. 표준약관은 위반 사실이 사고에 영향을 미쳤음을 회사가 증명하지 못하면 보험금을 지급하도록 정하고 있지만, 법원은 관계가 있다고 볼 여지가 있으면 예외를 쉽게 인정하지 않습니다. 2025년 1월 대법원은, 계약 직전의 입원 치료와 상급 병원 진료의뢰 사실을 알리지 않고 가입한 뒤 약 넉 달 반 만에 백혈병 진단을 받은 사건에서, 관계가 없다는 점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가입자에게 유리했던 원심을 파기했습니다.
흔한 오해
“3년만 지나면 괜찮다”
3년이 지나면 사라지는 것은 일반적인 고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한 해지권입니다. 위반 사실 자체가 없던 일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 전에 사고가 나면 그대로 문제가 되고, 진단서를 위조하거나 대리 진단을 받거나 암 진단 사실을 숨기고 가입하는 것처럼 뚜렷한 사기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표준약관상 보장개시일부터 5년 이내에 계약이 취소될 수 있습니다.
“설계사가 안 적어도 된다고 했다”
설계사가 사실대로 알리는 것을 방해했다면 해지가 제한될 수 있지만, 그 사실은 가입자가 입증해야 합니다. 통화 녹음이나 문자 같은 기록이 없으면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그리고 설계사에게 말로만 알리고 청약서에 적지 않은 것은 알릴의무를 이행한 것으로 인정되지 않습니다. 설계사에게는 일반적으로 고지를 받을 권한이 없기 때문입니다(대법원 2006다69837).
“보험회사가 어떻게 알겠어”
보험금을 청구하면 보험회사는 가입자의 동의를 받아 진료 기록을 확인합니다. 큰 금액을 청구할수록, 가입한 지 얼마 안 됐을수록 꼼꼼히 봅니다. 위반은 대부분 이때 드러납니다.
이미 빠뜨린 것을 알았다면
가입 후에 누락을 발견했다면 덮어 두지 말고 보험회사에 알리는 방법을 먼저 알아보는 것이 좋습니다. 처리 방법은 보험회사마다 다르지만, 추가로 알린 내용을 심사해 계약을 그대로 유지하거나, 특정 질병을 보장에서 빼는 조건을 붙이거나, 보험료를 조정하는 식으로 정리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반대로 해지로 이어질 수도 있으므로 먼저 절차와 결과를 문의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보험회사와 판단이 엇갈리면 금융감독원의 금융분쟁조정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정리
- 고의뿐 아니라 중대한 과실로 빠뜨린 것도 위반이 될 수 있습니다.
- 위반하면 계약 해지, 보험금 부지급, 해약환급금만 반환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 해지권에는 1개월·2년·3년의 기간 제한이 있지만, 위반이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 병과 사고가 무관하면 보험금은 받을 수 있지만, 쉽게 인정되지 않고 계약은 해지될 수 있습니다.
- 가장 확실한 대비는 가입할 때 기록을 보고 정확히 적는 것입니다.
참고한 자료
- 상법 제651조(고지의무위반으로 인한 계약해지), 제651조의2(서면에 의한 질문의 효력), 제655조(계약해지와 보험금청구권) — 국가법령정보센터
- 생명보험 표준약관 「계약 전 알릴 의무 위반의 효과」, 「사기에 의한 계약」 조항(보험업감독업무시행세칙 별표 15)
- 금융감독원 보도자료, 「[금융꿀팁 154] 보험계약 전 알릴의무(고지의무) 관련 유익정보 및 유의사항」, 2024년 7월 2일 — ABL생명 게시본(PDF) (해지 제한, 인과관계 사례, 설계사 구두 고지)
- 법률신문, 「거짓말로 보험 가입 후 백혈병… “보험금 지급 안 돼”」(대법원 2025. 1. 9. 선고 2024다272941), 2025년 2월 — 기사